경계지 / Borderland
한남대교를 건너면서 보이는 이태원 방향에는 강변에서부터 맨 꼭대기의 교회까지 낮은 건물로 빽빽이 뒤 덥힌 언덕이 있다. 오랫동안 독특한 장소로 기억하고 있던 그곳에 처음 가보았다. 재개발 예정지역인 보광동의 어지럽고 좁은 골목길은 경계의 미로였다. 집이라는 개인 영역의 사이, 남겨질 것들과 사라질 것들의 사이, 기억과 경험의 사이에 놓인 경계지에 수많은 이야기가 떠돌고 있을 것 같았다.
교회, 모스크, 사당, 내국인과 외국인이 뒤섞인 동네의 집 담장은 너무나 가까이 붙어 있고 복잡한 길 만큼이나 다층적인 문화가 혼재하는 곳이다.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그 모든 것들 사이에서 미세한 길들이 자라 나와 동네를 촘촘히 덮고 있어 어디에 선을 그어야 할지 모르는 느슨한 경계지가 되어 있었다.
이쪽과 저쪽의 사이에 놓인 경계로서의 영역은 누구에게나 허용된 자유로운 이동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사적공간으로부터 끊임없이 배제되는 제한적 장소이기도 하다. 두 개의 얼굴을 허용하는 영역에서는 가치가 평형을 이루고 존재가 자신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