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io in Studio
2009.1
2년간 사용하던 작업실의 축소 모형을 만들고 내부 사진을 찍었다. 지금까지 만들었던 모형 중 가장 단순한 구조의 공간이었다. 비어있음을 한눈에 보고 느낄 수 있는 작고 간단한 공간이지만 그곳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사소한 사건들과 잡념, 감상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숲처럼 보였다. 내 기억에 의해서 지나간 상황과 시간들이 또 다른 상황과 시간들을 만들어내고 숲은 점점 더 거대해진다.
그곳에는 매일 차갑고 푸른 공기가 의식을 명료하게 하는 새벽이 오고 나는 분주함으로 정신과 몸의 모든 것들을 일으켜 세워야 하는 낮을 보낸다. 가라앉았던 모든 것들이 들떠 부유하던 시간이 지나면 외롭고 불안한 기운이 작업실을 붉게 물들이고 의식도 무의식도 아닌 세계의 경계를 경험하는 밤이 시작된다. 하얀 작업실 사진 위에 내가 그곳에서 경험하는 상황과 시간성의 색깔을 입히고 오브제를 놓으면서 작업실에서의 하루를 재현해 보았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물리적 제한이 먼 풍경처럼 물러나고 나의 시선이 지배하는 상황이 드러나면 새로운 현실이 만들어진다. 그것의 객관적 현실성과는 관계없이 화면 안에서의 또 다른 질서와 관계로 설명할 수 있는 세계로 독립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공간에서 분리되어 나오는 수많은 장면들이 쌓여 만들어내는 시간과 공간의 숲에는 정작 어떤 시간도 공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텅 빈 그 지점, 순간에 내가 있다.